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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IT_CHAIR |
새로운 디자인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의 탄생
가구디자인의 역사는 새로운 스타일뿐만 아니라 재료, 기법, 프로세스 등의 끝없는 발전과 함께 해왔다.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디자이너들은 산업생산 과정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결합시켜야 된다는 시대적인 과제에 직면 하였다. 그들은 합판, 강철, 플라스틱, 유리섬유 등의 혁신적인 재료와 제작기법을 연구하여 대중들에게 새로운 미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대표적인 예로 바우하우스의 마르셀 브로이어는 강철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여 독특한 구조적 강점을 보여주는 캔틸레버의자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파생되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과 공존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해야 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제 가구의 역사는 바우하우스 이래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거치고 있다. 대량생산 제품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시킨 에코 모더니즘 스타일의 탄생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지속 가능한 디자인, 환경디자인, 그린디자인 또는 에코 프렌들리 디자인 등 여러 가지로 부르지만 공통적으로 아름답고 유용할 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에코 모더니즘은 지속적이고 중요한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재료나 기술이 복잡하지 않고 친환경적이면서도 독특한 멋이 살아있는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에코시크족을 탄생시키고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그린 리빙이라 부르기도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신소재들이 속속 태어나고 있는 가운데 FSC(Forest Stewardship Counci)와 같은 국제 산림 인증 프로그램으로부터 검증된 나무만을 사용하거나 나무의 뛰어난 재활용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의 소재로 삼은 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열정과 수공예에 대한 애정을 결합시킨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가하면 대중적이면서 상업화의 길도 더욱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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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asa_room divi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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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rapile rd. table |
매력과 책임을 결합시킨 가구
멕시코의 에밀리아노 고도이(Emiliano Godoy)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 2005년 일본 아사히가와(Asahikawa)국제 가구디자인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한 그의????니트 체어(Knit Chair)????는 가볍고 유연한 구조와 생물학적으로 분해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천연도료인 리보스(Livos)로 마감을 하였으며 제작과정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FSC에서 인증 받은 메이플 항공기합판(Aircraft Plywood)의 작은 조각을 유기농 면화 실을 이용하여 손으로 하나씩 짜서 큰 구조를 만들었다. 강하고 유연한 연결 로프가 유연성 있는 구조를 이루어 사용자의 몸과 움직임에 따라 적합하게 반응해서 편안하도록 디자인 된 것이다. 니트 체어와 유사한 개념의 피어사(Piasa)스크린은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오는 무수한 비늘을 가진 전설 속의 거대한 새인 피어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면화실로 이은 조각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커다란 구조는 자유롭게 회전 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서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납작하게 포장하여 운반이 가능하여 운송할 때 낭비되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멕시코 시티를 기반으로 하는 펄와이(Pirwi)사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고풍스러움, 매력과 책임, 아름다움과 오묘함 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업싸이클링으로 다시 태어나는 가구
브라질 출신의 움베르토(Umberto)와 페르난도 캄파냐(Fernando Campana)형제의 가구는 재활용 소재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의 소재로 삼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에드라(Edra)가 생산한 쓰고 남은 목재 조각을 짜깁기해서 만든 암체어(armchair)인 ‘파벨라(Favela)’는 귀하고 값비싼 재료로 가구를 만들던 개념에서 벗어나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거리에서 찾은 스크랩우드를 손으로 직접 못과 접착제를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목재조각들의 불규칙한 외형이 브라질에 있는 초라한 판자촌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또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모든 의자들이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 현대인에게 매력적인 요소이다.
스크라파일(SCRAPILE)의 디자이너 바트 베텐코트 (Bart Bettencourt)와 카를로스 살가도(Carlos Salgado)의 아이디어에 의해 뉴욕의 목공 산업에서 쓰고 남은 조각들이 버려져 매립지에서 폐기처분 될 운명에 놓였다가 아름답고 기능적인 오브제로 재탄생되었다. 대부분의 재활용 가구 보다 상쾌하고 깔끔한 형태의 생활가구로 변모했다. 이처럼 독특한 재활용 아이디어를 낸 2003년 이래로 그들의 작업은 언제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왔으며 계속 진화하여 토탈 콜렉션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폐기물 또는 쓸모없는 제품으로서 무용지물이 될 물건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는 대신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업싸이클링(Upcycling)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싸이클링 보다 한 차원 높은 의미로 원래의 물건보다 더 나은 품질이나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프로세스이다.
▲ Scrapile desk. |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가구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구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과거에는 사용기능, 가격, 품질, 미적인 면 등을 고려했었으나 이제는 환경에 대한 영향이 추가되었다. 한때 환경에 민감한 디자인이란 곧 아름다운 디자인을 희생해야 함을 의미했었다. 그러나 미적인 면과 윤리적인 면에서 고민하던 소비자들이 이제 더 이상 복잡한 선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름답고 윤리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일부 디자이너가 의식적으로 추구하거나 특별한 선택이 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평범하고 당연한 디자인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글 정은미 작가 , 사진 Godoylab , SCRAP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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