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카오스 디자인이다...듀오 가구 디자이너 야드 세일 프로젝트

디자인 / 오예슬 기자 / 2023-04-16 13:39:57
야드 세일 프로젝트의 이안 스펜서와 케언 영은 ‘카오스 테크닉’으로 완벽함에 의문을 던진다.
가구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 그들에게는 진부할 뿐이다.



그들의 질문

일명 카오스 테크닉. 이 ‘혼돈의 기술’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자.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균형과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다. 오차 없는 형태와 순수한 색이란 있을 수 없다. 자연도 그러할 진데, 인간은 왜 완벽함을 꿈꾸는가? 왜 이룰 수 없는 완벽함에 목을 매는가?”


그래서 두 사람은 디자인과 제작에서 예측을 없애버렸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당사자도 모른다. 예측 불가능한 일로 우리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례를 이미 목격해왔듯.


이안은 대학 시절, 재료가 구성하는 카오스적 세계에 대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정립한 형태와 미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물체의 완벽한 형태와 매끄러운 표면은 이론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진실은 불규칙과 불균형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안은 여기서 카오스적 세계를 발견했고, 그 세계를 가구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이 세계 속에서 함께할 것을 케언에게 제안했다. 야드 세일 프로젝트(Yard Sale Project)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8:2의 작업


500개 이상의 나무 블록을 붙여 나간다. 이안은 가구의 중심이 되는 부분부터 작업해 나간다. 블록 한 개를 붙이는 동시에 머릿속엔 다음, 그 다음 블록이 위치해야 하는 지점이 그려진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 블록을 가져다 놓는다. 케언의 말처럼 아주 단순한 제작 방식이지만,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복잡성은 상당하다. 이는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싶다던 이안의 말과 일치한다.


“카오스 테크닉은 오직 나와 케언만 이해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이다. 사실 방식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공간에 대한 감각은 설명하기 힘들다.”


블록이 위치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간감과 그것이 결정하는 다른 블록의 위치와 공간감. 이것이 두 사람도 예측할 수 없는 복잡성을 이루게 되고, 마침내 카오스는 완성된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의 역할 분배가 궁금하지 않은가. 이안이 제작의 80%, 디자인의 20%, 케언이 제작의 20%, 디자인의 80%를 담당한다. 두 사람의 작업은 동시다발로 이뤄진다. 이안은 극도의 섬세함을 발휘해 블록을 자른다. 블록의 사이즈는 가장 작은 16×16㎜를 기준, 두 배수로 커지기도 하고 대중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모든 블록은 0.2㎜의 여유를 두고 자르는데, 후에 사포로 다듬어 최종적인 사이즈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케언은 디자인 프로그램인 라이노와 티스플라인을 사용해 도면을 그린다. 입체적인 도면은 그리드(grid)로 빽빽하다. 도면을 건네받은 이안은 그리드의 칸칸마다 색을 칠해, 자신이 붙인 블록의 위치를 표시한다. 카오스 속을 걷되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카오스 원칙
아무리 카오스라지만 엄연히 지켜야할 원칙은 있다. 첫째, 같은 모양과 크기의 블록을 절대로 나란히 붙이지 않는다. 둘째, 인접하는 블록끼리는 같은 수종의 블록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예뻐 보이지 않는 이상. 셋째, 블록이 95㎜ 이하일 경우에만 클램프를 쓴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때만 쓴다. 넷째, 보기 좋게 만든다. 이들이 블록의 수종과 크기에 민감한 이유는 같은 성질의 블록이 인접해 사용될 경우, 의도하지 않았던 규칙적인 패턴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불쑥 올라올지 모르는 규칙성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수종의 목재를 쓴다. 주목나무, 퍼다욱, 코코볼로, 애쉬, 체리, 떡갈나무, 웬지, 월넛, 파오 아마렐로, 러버넘 등을 즐겨 사용한다. 보는 이의 안정적인 인식 체계를 깨기 위해 가구 이름 또한 예사로 짓지 않는다.

 


“내 어린 시절 휴양지였던 코르시카의 아름다운 지중해 섬들로부터 이름을 따왔다. 우리 작품은 형태적으로 추상적인 면을 띠기 때문에 가구의 형태를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인 이름을 사용한다.”


그들에게 조금은 도전적으로 물었다. “원래 성향이 그런가? 기존의 규칙과 법칙에 맞서는 걸 즐기는가?” 이에 도전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그렇다. 우리에게 규칙 하나를 들이밀어 봐라. 그것에 도전해 보이겠다.”


호기로운 두 사나이는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살 수 있다. ‘나무를 나무답게 사용하라, 나무를 정직하게 써라’라는 명령을 고분고분 듣기엔 그들은 삐딱선을 오랫동안 탔다. 어떻게 하면 나무를 나무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혁신, 실험 그리고 놀라움은 이안과 케언이 살고 있는 카오스에서 소용돌이를 그리며 카오스 속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 야드 세일 프로젝트(Yard Sale Project) |
전문 목수로 활동해 온 이안 스펜서(Ian Spencer)와 산업 디자이너인 케언 영(Cairn Young)의 합작 프로젝트. 둘이 합쳐 50년인 경력을 바탕으로 3년 전 듀오를 결성해 가구 제작자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의 특기인 ‘카오스 테크닉’을 활용해 균형과 대칭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제작한다. 예측을 벗어난 제작 방식으로 완벽하지 않은 완벽함을 담은 가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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