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위한 여백을 제공
국제갤러리 K2, 한옥에서 2024년 12월 3일(화)–2025년 1월 26일(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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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박진아_분홍 방의 조명 |
국제갤러리는 오는 12월 3일부터 2025년 1월 26일까지 서울점 K2(1, 2층)와 한옥에서 박진아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개최한다.
박진아는 〈로모그래피〉 연작(2004–07)을 선보인 이래 줄곧 대상이나 행위, 사건에 천착하지 않는 회화적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을 비가시적인 차원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회화적 사건으로 귀결시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출품작들은 모두 실내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각 장면은 전문성을 띠고 각자의 업무에 몰입해 있는 인물들을 구사한다. 전시 제목 ‘돌과 연기와 피아노’의 돌, 연기, 피아노는 각각 스쳐 지나기 쉬운 평범한 대상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들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방문하고 촬영해 작품 배경이 된 세 가지 장소, 즉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을 지칭하는 제유(提喩)적 시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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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박진아_돌 포장을 벗기고 03 |
하지만 박진아가 스냅사진을 통해 포착하고 그로 인해 우연성이 주된 요소로 작용하게 된 장면들에서는 그 어떤 극적 행위나 내러티브, 그리고 사전에 지정된 의미가 발견되지 않는다. 의미 전달을 의도하지 않는 어정쩡한 포즈의 인물들은 해당 장면의 전후를 유추하도록 하는 정황에 대한 암시만 전달할 뿐이며, 그로 인해 작품 전반에는 일말의 긴장감이 흐른다. 그 긴장감은 박진아가 카메라를 통해 포착해 낸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지닌 사회적 맥락이나 지시적 의미를 소거한 채 선, 면, 색의 형식적 관계를 부각시켜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을 향한 실험에 근접해 가기에 더욱 극대화된다.
박진아 회화 작업의 근간에는 언제나 회화성에 대한 질문이 자리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회화의 물리적 진실에 근접하고 더 나아가 회화적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실험해왔다. 캔버스 표면에 흘러내리는 유화 물감과 종이 위에 번지는 수채화 물감의 자국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더 이상 회화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재현이나 의미 전달의 목적에 희생시키지 않는다. 대신 화면에 각 재료의 물질적 특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의도적으로 함축적이고 생략된 표현을 만들어 보는 이에게 상상을 위한 여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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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박진아_빨간 글자 03 |
이번 전시는 박진아가 드로잉과 회화, 구상회화와 추상회화, 그리고 사진과 회화 사이에 존재해 온 전통적인 경계선들을 허물고 표면적으로 매끄러워 보이는 회화면 안에 이질적인 간극을 만들면서 ‘회화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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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박진아_키친 01 |
박진아(b. 1974)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첼시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휴먼라이트》(국제갤러리 부산점, 2021), 《사람들이 조명 아래 모여 있다》(합정지구, 2018), 《네온 그레이 터미널》(하이트컬렉션, 2014), 《스냅라이프》(성곡미술관, 2010), 《여가》(금호미술관, 2005) 등이 있다. 또한 성곡미술관(2024), 부산시립미술관(2023), 서울대학교미술관(2023), 대구미술관(2022), 인천아트플랫폼(2021), 뮤지엄 산(2020), SeMA 창고(2019), 삼성미술관 플라토(2015), 뒤셀도르프 플란디 갤러리(plan.d. produzentengalerie e.V.)(2015), 국립현대미술관(2015), 아르코미술관(2014), 광주비엔날레(2008)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2010년에는 에르메스 재단이 후원하는 에르메스 미술상 최종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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