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모토 진(Kuramoto Jin)’의 디자인은 절제와 검소다. 나무가 가진 본연의 느낌에 일본 장인들의 기술이 더해진 그의 가구는 전통과 자연,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이 스며들어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일본 디자이너 쿠라모토 진(Kuramoto Jin)이 히로시마의 가구 장인과 함께 마츠소티(Matsuso T)라는 새로운 가구브랜드를 만들었다. 전통과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아이디어와 해석을 담은 마츠소티는 현재 ‘나디아(Nadia)’와 ‘나디아 파이브(Nadia Five)’로 두 가지 라인을 선보인다.  

특히 나디아는 과거 배를 만들던 선공들이 사용하던 맞물림 기법으로 만든 제품이다. 바이킹의 후예인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좋은 가구를 만들어 내는 이유가 선박 목공 기술이 자연스레 목공 기법으로 이어졌기 때문인데, 이는 섬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바다와 관련된 업종이 발달된 일본은 여러 세기를 걸쳐 목재 건조 공법을 이끌어왔다. 나디아의 의자 등받이 디자인은 배의 뼈대 밑 부분을 만드는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격자 구조의 목재 프레임이 부드럽게 휘어들어 몸을 감싸는 곡선과 등받이에서 좌석 밑까지 하나로 이어진 디자인은 이 의자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한편 코트걸이는 세 개의 목재 막대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이다. 목재 윗부분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온 작은 막대들이 얽혀 서로를 지탱함으로써 전체의 구조를 안정시킨다.

실용주의를 실천하는 디자이너

“고교시절에 기와를 닦는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목수와 각종 장인들이 있는 곳에서 함께 밥을 먹거나 모닥불을 쐬고는 했었죠. 가혹한 현장이었지만 몹시 흥미롭고 ‘장인들은 역시 멋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목수를 동경해서 가구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가전제품회사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7년간 일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하고 싶었던 쿠라모토 진은 2008년 회사를 나와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회사에 있을 때와는 달리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프리랜서의 재미라고 그는 말한다.

"모양을 만들 때는 늘 까다롭죠. 그렇지 못하면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품 하나를 만들 때 최소한 30가지의 디자인을 생각합니다. 샘플을 하나씩 만들어서 가장 완벽한 디자인이 탄생되면 그 후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히 검증하죠.“

쿠라모토 진 디자이너의 디자인은 강한 집념의 산물이다. 고교시절 강한 인상을 남긴 장인들 덕분에 그는 제품을 만들 때 늘 신중하다. 하나를 만들어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신이 충분히 납득해야 실제 가구를 만든다. 아름답지만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된다고 설명하는 쿠라모토 디자이너. 소재나 아이템에 구애받지는 않지만 어떤 제품에도 자신다운 통일감을 담고 싶은 것이 그의 목표다.  

장인과 함께하다

쿠라모토가 여러 지역의 장인과 함께 제품을 만들 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카모(MIKAMO)’라는 5개의 상자이다, 미카모 시리즈는 나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튼튼하고 오래가는 가공 기술로 만들었다. 상자의 모서리에 고정한 흑단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삼나무의 자연적인 변형을 방지하고 견고하게 붙들어 매는 기능을 한다.

“저의 나무 제품 대부분은 목공 장인과의 협업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장인의 전통 기술과 디자이너의 만남은 시장의 새로운 발전과 성장을 이어갈 것입니다. 더불어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그는 제품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과 서로 신뢰하고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제품의 완성 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업은 계속해야 하는 이유임을 강조한다.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브랜드 마츠소티를 지역 장인들과 협업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전통의 가치를 현대화로 이어가는 그의 작업이 가치를 담은 디자인 형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쿠라모토 진｜1976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쿠라모토 진은 1999년 카나자와 미술공예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8년간 전자기계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08년 JIN KURAMOTO STUDIO를 설립한 그는 현재 IF Design 상, Good Design 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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