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에는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중간중간 사포질을 하면서 일곱 개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에 가까운 형태에 이른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만족하지 못했다면 더 해야 한다. 그래야 기품 있는 광택이 나온다.
여러 가지 주제로 작품 활동 10년을 했지만, 완성에 이르는 여러 과정 가운데 옻칠이 여전히 가장 어렵다고 옻칠 화가 맹지은은 이야기한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작품이 쏟아질 리 없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작품을 어지럽게 눈에 담는 대신 작품 구석구석에 깃든 정성과 고통을 본다.
최근 맹지은 작가는 의자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느 날 문득 의자가 사람을 꼭 빼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단 형태부터 사람 같은 구석이 있다. 그리고 인간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에 따라 의자의 모양은 바뀐다.
그런 의자들은 때때로 사람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사람이 속한 환경과 위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의자만 가지고도 사람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닮은 의자에 작가는 감정을 실었다. 작업을 둘러싸고 경험했던 기쁨과 슬픔을 고루 담았다.
의자를 재발견한 작가는 가구로서의 의자와 작품으로서의 의자를 동시에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해석이 두루 어우러진 작품을 완성했다. 일단 실제 가구처럼 옻칠을 마쳤다. 반면 평면으로 구성한 의자는 회화의 인상을 준다. 거기에 유리와 자개를 활용해 공예의 요소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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