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군상群像의 몸들이여...클레멘스 하이늘(CLEMENS HEINL)

아트 / 김수정 기자 / 2024-12-30 19:58:34

 

독일작가 클레멘스 하이늘의 조각은 거칠고 투박한 인간 본연의 질감을 전한다. 작가는 이것을 ‘초상화’의 단계라고 표현하지만, 조각으로 보여지는 모든 행위는 너무도 평범한 개인적 동작이기에 훔펴보는 재미마저 생긴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작품의 대상은 비록 인간의 모습이지만 관찰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실존하는 인간의 초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목인에 새긴 포플라의 진가


상상의 힘으로 끄집어낸 인간의 모습은 카툰의 한 컷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수채화를 입힌 사람의 묘사로도 읽힌다. 이들을 지켜보자면 “타인의 몸을 자신과 비교해 생기는 신체적 열등감이 사라지는 치유의 느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곧 타인의 동태를 통해 자아가 재활하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작가는 조각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분석하고, 외형을 바꾸고픈 욕망과 이상을 담아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지닌 미의 존재를 조건 없이 수용해 조화”를 이끄는 선까지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나무 본연의 섬유질을 살려둔 채 불완전한 표면의 균형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관람객은 작각가 무슨 공구를 사용해 조각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거친 체인톱 작업 흔적을 보여준다. 그것이 현대인이 가진 불완전한 착시의 미학이 아닐까.


하이늘이 조각한 포플라(미루나무)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가로수 용재이다. 포플라는 키가 속성으로 30m까지 훌쩍 자라기에 실물 크기의 작품 제작에 적합한 목재이다. 또 속살이 흰색을 보이기에 하이늘이 상상하는 백인 주변인물을 표현하기에도 적합하다. 목질이 무르고 가벼워 수월한 조각이 가능하다는 점도 선택 사유일 것이다.


과거 이쑤시개, 젓가락, 성냥 용도로 쓰이며 값이 저렴한 수종으로 포플라를 저평가했지만 유칼립투스가 대체 수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에는 몸 값이 치솟았다. 희소성이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럽에서는 비중에 비해 강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워 가구재나 공예 용도로 재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포플라 외에도 적갈색 윤이 나는 자두나무, 흔히 오얏나무라 불리는 낙엽교목을 일부 사용했다.

 나무 사용법 “결합하라”


하이늘의 조각품의 표면은 거칠지만 피부는 매끈하게 다듬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매끈해 보이지만 거칠고 틈이 있기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한, 또한 거칠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것이 나무의 특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 같은 피부는 없고 신체 부위마다 다르다는 점을 나무 만큼 훌륭하게 표현하는 소재는 없다는 게 하이늘의 생각이다.


하이늘은 솔리드로 조각한 표면에 동을 혼합한 기법도 선보인다. 견고함, 부드러움, 골이 있기도 한 모습은 동 소재가 나무를 대신해 표현하고 있다. 동을 금형에 부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 가능하기에 작가는 가장 부드럽고, 매끈하며 예민한 신체 부위 일부를 금속체인 동으로 나타냈다. 물론 나무는 조건 없이 이 만남을 수용하고 있다.
이번 독일 조각가 클레멘스 하이늘의 입체작업은 ‘보데 프로젝트 스페이스 @ 대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 화랑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전시 활동의 근거지를 두게 되었다는 점은 지역문화 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보데갤러리 클라우스 보데 대표는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예술 경향을 직접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유럽 현지에 진출시키는 일을 다각도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LEMENS HEINL

1959년 독일 뉘른베르크 인근 시바바흐에서 태어났다. 뉘른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조각과 미술을 공부했다. 1996년 Karl-R?ssing 창작기금을 수여했으며, 2005년 클름바흐 도시 예술상을 수상했다. 1993년 이후 프리랜서 조각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국제 축구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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