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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b. 1964), 〈Tension II (Homage to Qi Baishi)〉, 2024, Acrylic and modeling paste on canvas, 100 x 11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뒤엉킨 세계는 이원론적 사유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실천의 시작이다.
아마도 현대성은 곧 모든 것의 ‘뒤엉킴’일 것이다.” – 김홍석¹
오는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국제갤러리는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개최한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범주를 넘나들며 사회, 문화, 정치, 예술에서 나타나는 서구의 근대성,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독립적 저항 간에 발생하는 애매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온 김홍석은 이번 전시를 통해 ‘뒤엉킴(entanglement)’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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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b. 1964) 〈불같은 추상성 (혁명)〉, 2024, Bronze and chrome paint, 42(h) x 33 x 38 cm, 좌대: 37⌀ x 105(h)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K2 1층 공간의 작품들은 대중이 흔히 학습해 온 당연한 정보들이 통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이 익숙한 개념들이 해체되어 엉켜 있는 상태는 관람객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광경을 선사한다.
K2 2층에는 사군자 페인팅을 필두로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그린 회화 작품들이 자리한다. 사군자의 묵향 대신 돋보이는 두터운 마티에르(matière)는 동양의 군자(君子) 정신과 태도를 서구 모더니즘의 개념으로 지워버리고, 현대 동양인의 정신분열적 물질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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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b. 1964), 〈하이힐 한 켤레〉, 2012, Bronze, cement, 30 x 31 x 1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전시장 내부에는 공공장소에서 흔히 들리는 음악에서 착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는 어릴 적 백화점에서 들었던 조용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의 존재를 인식한 후로 줄곧 기차역, 공항, 쇼핑몰과 같은 공적 공간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대중적인 배경음악은 관람객의 무의식에 도달해 갤러리가 고급스럽고 특수한 곳이 아닌 공공적 공간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독일 유학 시절, 내 눈을 뜨게 한 교수의 질문이 없었다면 아직도 서구 미술에 더 깊숙이 빠져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너는 한국적 현대미술을 보여주어야 한다.”였다. […] 그러나 나는 한국적 정체성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미술의 효용과 역할에 관심을 쏟고 싶었다.
[…] 이번 전시에서는 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이 지하 쇼핑몰 또는 한적한 지하철 역과 별다를 바 없기를 바란다. 즉 미술이 특수하거나 특별하다고 느끼는 감상자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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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b. 1964), 〈Composition I〉, 2024, Acrylic and heavy gel on canvas, 100 x 11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한편 K3에는 보다 유쾌한 광경이 연출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천장을 뚫고 바닥에 떨어진 듯한 거대한 운석 덩어리가 위치하는데, 부지불식간에 생겨난 이 무명의 덩어리는 중력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모습이다. 갈라진 형태 사이로는 지구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불문율적으로 합의한 '별'이라는 기호를 띤 두 개의 물체가 관찰된다.
작가 김홍석은 이번 개인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리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의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현해 기존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술가의 책임이며 ‘미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때는 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는 본체와, 그 내부에 보이는 별의 표상의 조화를 통해 실재적 존재와 해석적 존재의 개념을 뒤엉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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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b. 1964), 〈실재 악당〉, 2024, Resin, 61(h) x 27 x 2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작가 김홍석(b.1964)은 서울 출생으로 1987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현재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져왔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미국 휴스턴 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 호주 퀸즈랜드 미술관, 프랑스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르 콩소르시움, 일본 구마모토 미술관과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비롯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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