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안치홍... 죽은 나무에 대한 경배

아트 / 김수정 기자 / 2024-01-08 23:09:16

 

 

뿌리를 내놓은 채 썩어가는 나무. 더 이상 나무로서의 생명은 끝난 걸까? 누군가에게는 발에 치이는 하나의 걸림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작가, 안치홍에게 죽은 나무는 또 다른 생명의 근원이다.



작품 규모에 압도당했다. 
작품을 이루고 있는 나뭇가지 중 긴 것은 12m가 넘는다. 주로 큰 트럭으로 운반하는데 전시장이 인사동이라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오후 10시부터 운반을 시작해 새벽 3시까지 설치 작업을 했다.

작품에 사용된 수종이 무엇인가
주로 밤나무를 썼다. 밤나무는 예로부터 가구, 건축구조물 등에 쓰일 만큼 단단한 물성을 지녀 오랫동안 그 모습이 보존된다는 강점이 있다. 이미 껍데기는 썩어 사라지고 속살만 남아있는 나뭇가지들을 작품에 사용해 나무가 가지는 순수한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원래 시골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소재에 매력을 느꼈다. 숲을 거닐다가 큰 나무 한 그루에서 말라버린 앙상한 가지를 발견했다. 말라붙은 죽은 나뭇가지를 보면서 이렇게 죽은 채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모아 새로운 생명체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연약해 보이는 물줄기들이 한데 모여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처럼 말이다.


작품의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울림’이다. 사람들에게 나무가 주는 생명력의 울림을 전하고 싶다. 작업을 하면서 나 역시 자연이 주는 본연의 아름다움에 커다란 울림을 느꼈다. 울림(鬱林)을 한자로 풀이하면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란 뜻으로도 연결된다. 죽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를 엮고 또 엮어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시켰다.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죽은 나뭇가지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표현 하고 싶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되어 선이 되고 형(形)을 이루어 마침내 한 덩어리가 되어 에너지를 갖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나뭇가지를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움직임이 구현됐고,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생명력이 표현됐다. 작업을 하면서 인공적인 공정은 최대한 줄이고 재료가 가진 그 상태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작업 방식이고, 이를 통해 자연이 가진 본질적 아름다움 극대화할 수 있었다. 아무리 멋있게 꾸미려고 노력한다 해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쫓아갈 수 없다. 메마른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이 갖는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안치홍|원광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다. 이천 국제 조각 심포지엄, 국제조각 페스타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스위스에서 열린 , <컬렉션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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