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디즈니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온 세계를 엘사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적이 있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들을 모두 뿌리친 엘사는 험하고 외딴 설원에 자신만의 궁전을 짓는다. 그녀가 지은 거대하고 투명한 왕국은 아름다웠으나 차갑고 위태로워 도저히 그곳에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스노우 아파트 역시 그녀가 지은 궁전과 마찬가지로 눈을 주제로, 소재로 만든 공간이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시릴 정도로 환하다. 그런데 빛이 전혀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다. 공간은 모난 데 없이 강물처럼 벽을 타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그 물결을 따라 함께 발을 맞춰 공간을 유영하다보면 이곳이 바깥과 단절된 내부 공간이라는 것을 잊게 된다. 그렇게 집은 자연이 된다.
따뜻한 봄바람에 녹아내리는 대지
건축가는 이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반죽 장인을 찾아갔다. 회반죽은 중국 북쪽 지역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요소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역 장인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회반죽 실력과 쌓아 온 노하우는 원활한 공간, 물결치는 공간의 정확한 디테일을 표현해냈다. 이로써 곡선이 이어지는 벽은 아파트에 정직한 자연의 공기를 불어 넣은 것이다.
침실 등의 개인적인 공간 외 공적 공간인 복도에도 살아있는 곡선을 배치함으로써 애초에 집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눈 쌓인 자연을 실내로 옮겨올 수 있었다. 집 바깥에 펼쳐진 산과 계곡의 풍경을 직설적으로 옮겨놓은 이 집은 나무 바닥과 눈을 상징하는 흰 벽 사이에 5cm 거리를 두면서 두 공간의 분리를 분명히 했다. 이렇게 생긴 공간에는 조명을 설치해 빛이 집안 곳곳에 은은하게 스며들도록 했는데 이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이곳을 찾은 고객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아닌 새롭고 낯선 경험을 선물하기 위한 건축가의 의도이다.
녹지 않는 눈, 사라지지 않는 겨울 속으로
스노우 아파트를 설계한 펜다(FENDA)는 2012년 크리스 프레히트(Chris Precht)와 손 대용(Dayong Sun)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들은 프로젝트 디자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문맥으로 공간을 채울 것인지, 공간의 정체성과 밀도, 특정 공간에서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 질문들이 그들이 진행했던 각 프로젝트마다 독특하고 신선한 접근으로 각자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오브제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스노우 아파트를 떠올렸고 결국 이곳은 겨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변치 않는 안식처가 될 것이다. 신의 가호를 빌기 위해 순례자가 길을 떠나듯 짧지만 강렬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도 스노우 아파트를 향해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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