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건축과 목조주택의 아름다움
나무 자재를 재활용하여 구조물로 사용하는 실험적인 건축가
![]() |
▲ Adpropeixe House(2005~2008) 게레스 보호구역에 있는 이 주택은 테니스 코트로 쓰였던 부지에 세워졌다. 부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암석에 오르면 집으로 통하는 지붕 높이의 다리가 있다. 내부로 통하는 현관은 아래쪽에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내부 인테리어는 무척 심플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복도는 거실과 부엌으로 이어지고, 복도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욕실이 딸린 3개의 방이 나온다. 거실에서 테라스로 이어지는 길은 데크로 되어 있다. 침실을 나서면 발코니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데 이 발코니는 테라스의 한 부분이지만, 높이 차이 때문에 분리되어 설계됐다. 테라스 주변부에는 주변 경관을 해치는 난간 대신 회랑을 설치했다. 이 주택은 52개의 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데 평판과 벽, 계단 역시 나무 기둥과 같은 형식으로 구축되었다. 실내공간의 천장에는 적송을 사용했으며 외부 계단과 외부 천장에는 쿠마루 브라질리언 티크를 사용했다. 외부 마감재와 벽, 지붕은 구리로 처리했다. |
포르투갈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건축상에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낸 국가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알바로 시자(Álvaro Siza)와 에두아르도 소투 드 모라(Eduardo Souto de Moura). 포르투갈에는 이들 외에도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저력을 보여주는 건축가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를로스 카스타네이라(Carlos Castanheira)이다. 그에게 포르투갈의 건축과 목조주택의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봤다.
![]() |
▲ Adpropeixe House(2005~2008) |
증명하기 위해 집을 짓다
과거 포르투갈에서는 공식적인 전통가옥 양식을 확립하기 위해 세 그룹의 건축가 집단에게 연구를 맡겨 진행하도록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포르투갈에 양식화할 만한 전통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르투갈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이긴 하지만, 각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했고, 그 영향으로 주택 및 건축 양식 역시 각 지역마다 제각기 다른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포르투갈에서는 주택 양식에 있어 특정한 트렌드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현대 사회는 정보가 쉽게 유입되는 특성이 있고, 또 건축학교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건축과 건축 관련 직업에 발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건축은 하나의 트렌드로 정의하기에는 그 저변이 넓고 다양하다.
![]() |
▲ Adpropeixe House(2005~2008) |
![]() |
▲ Adpropeixe House(2005~2008) |
대다수 국가나 문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포르투갈에서도 나무는 항상 주요한 건축 자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지 보수에 문제가 없는 새로운 소재, 예컨대 콘크리트나 철근 콘크리트, 알루미늄, PVC 같은 소재가 등장하면서 목재를 사용하던 종래의 건축 방식에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구조물로서의 나무 자재는 저급한 자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포르투갈에서는 그동안 조립식 주택이나 별장, 저소득층 주택 등에 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양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특히 외부 마감에 목재의 사용이 늘어났다. 단순한 외장 처리가 아니라, 나무 자체를 구조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을까? 물론 있다. 카를로스 카스타네이라는 나무 자재를 재활용하여 구조물로 사용하는 실험적인 건축가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을 시범적으로 지어서 나무를 구조물로 쓰는 게 가능한 일이며, 그뿐만 아니라 안전하다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가 있었어요. 물론 제가 목조주택에 사는 것을 편안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이후로 고객들은 저희 집을 통해 목조주택도 얼마든지 고품질의 건축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제가 목조주택을 지어준 고객들은 지금 저의 친한 친구들이 되었습니다.”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는 유일한 존재
▲ Casa da Torre Winery(2008~2010) 카사 다 토레 와이너리는 기존에 있던 와이너리를 확장한 프로젝트이다. 카스타네이라는 기존 시설을 존중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변형을 시도했다. 우선 지붕은 기존에 있던 18m의 크로스스팬이 바람직하지 않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 줄로 늘어선 중앙 대들보를 삽입했다. 스틸로 된 케이블은 지붕 마무리와 구조의 무게로 인해 생성된 수평적 추력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외부 탱크 너머로 외부와 내부, 두 공간을 연결하는 작은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목재로 된 계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외부의 빛은 목재 스크린을 통해 필요한 만큼 걸러지게 설계했다. 물론 이 모든 설계가 와이너리 내부에서 보관되고 숙성될 와인을 위해 최적화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
![]() |
▲ Casa da Torre Winery(2008~2010) |
▲ Casa da Torre Winery(2008~2010) |
포르투갈에서는 목조주택이 일반주택보다 더 저렴하다. 카스타네이라가 건축 자재로서 나무를 배우게 된 건 대학 시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무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건축 방식에 그는 의문을 품었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무는 구하기 쉽고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다른 자재와 달리 나무는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실수를 감추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무 자재를 사용하려면 모든 면에서 매우 정확해야 하고, 사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해야 했다. 그로서는 이 점이 꽤나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나 나무에 대한 이해가 성숙된 지금은 수종마다 지니는 특유의 냄새, 색깔, 촉감, 안락함, 느린 노화 속도 등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 또한 유지보수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으며, 다른 자재로 할 수 있다면 나무로도 얼마든지 동일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어느 목수가 그러더군요. 나무는 죽어서도 ‘존재’하는 유일한 것이라고요. 모든 자재는 저마다의 노화 방식을 갖고 있지만, 나무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나무는 모두 각각의 성질과 냄새와 촉감을 갖고 있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떤 수종이건 그것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조사, 연구, 열정은 그 이후에 필요한 것들이죠.”
그러나 카스타네이라는 나무가 항상 최고의 자재라고 단정 짓거나 반드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각 프로젝트에 맞게, 또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그는 어떻게 하면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고 안락하게 집을 만드느냐에 방점을 찍는다.
모든 건축가가 나의 스승
![]() |
▲ Costa Grande House(2008~2009) 코스타 그란데 하우스 부지에는 원래 낡은 집 2채와 허물어져가는 곡물 가게가 있었다. 카스타이네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기존에 있던 구조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주택을 짓는 데 성공했다. 건물 외곽의 벽은 특유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무문을 달아 출입구를 만들었으며, 부분적으로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 투박한 느낌을 전달했다. 또한 건물의 외장 및 창틀에는 목재를 이용했고 지붕과 비 가림막은 구리 시트로 마무리했다. 1층에는 거실과 작은 부엌, 화장실을 배치했으며 북쪽에는 베란다를 두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두었다. 동물을 기르던 헛간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변신시켰다. 이 주택은 기존 시설을 수용하면서도 얼마든지 멋진 목조주택이 완성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
![]() |
▲ Costa Grande House(2008~2009) |
![]() |
▲ Costa Grande House(2008~2009) |
그는 지난 몇 년간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가 방문한 모든 나라는 나무를 사용해 전통가옥을 만드는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두바이에서도 목재를 이용해 전통가옥과 배를 만들었다(물론 현재의 두바이는 그렇지 않다). 그중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축물은 간결함 속에 품질, 안락함, 그리고 미학이 살아있는 건축이다. 이점은 그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카스타네이라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건축가이다. 그는 국내에서 알바로 시자(Álvaro Siza)와 함께 안양 파빌리온, 연세 비즈니스 스쿨,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용인 아모레 퍼시픽 R&D센터 등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요구에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건축가인 동시에 기술자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모든 프로젝트가 전부 특별하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특별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결책이나 제안 역시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베날 하우스(Avenal House)의 경우 고객은 1층짜리 큰 집을 원했다. 그는 만약 집이 곡선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넓고 크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곡선으로 만든다는 해결책은 고객의 요구에 잘 들어맞았다.
물론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훌륭한 목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50년 동안 제지 생산을 위한 목재산업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는 목재건축산업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반면 훌륭한 목수들은 많다. 카스타네이라는 항상 그 점을 감사하게 여긴다.
스승이자 파트너인 알바로 시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알바로 시자는 건축 그 자체입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영감을 불러일으키죠. 알바로 시자 외에도 저에게는 모든 건축가가, 심지어 가장 형편없는 건축가조차 영향을 줍니다. 무엇이 형편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처럼 하지 않으려면 어떤 부분에서 더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닮은 집이 좋다
![]() |
▲ House in Madalena(2003~2008) 건축주가 요구한 것은 거실, 부엌, 작은 서재, 세 개의 침실, 차고, 저장고 등으로 아주 분명하고 자세했다. 이에 따라 마달레나 하우스는 크게 네 구역에 걸쳐 정리 되었다. 중앙에는 사교 공간이 위치하고, 서쪽은 침실 세 개와 욕실 두 개, 동쪽은 지붕이 있는 차고, 나머지는 저장 공간과 기타 부수적 공간들이었다. 중앙 공간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두 배 높이의 천장이 있는 거실과 다이닝룸이 있다. 이곳은 하중을 견디도록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콘크리트가 주는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해 목재와 유리로 공간을 구획했다. 천장과 창틀에는 소나무를 사용했다. 서재는 계단을 통해 접근하도록 만들었으며 보기와는 달리 아주 안정적이다. |
![]() |
▲ House in Madalena(2003~2008) |
![]() |
▲ House in Madalena(2003~2008) |
그가 만든 집은 햇빛과 바람을 최대한 수용한다. 또한 집이 주변 환경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거주자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누리면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카스타네이라는 가능하다면 인간의 삶을 자연과 가깝게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건축을 할 때는 주변 경관을 변화시킴으로써 풍경을 만들게 됩니다. 도시의 경우에는 이미 사람에 의해 변화된 자연을 또 다시 변화시키는 건축물을 만듭니다. 이때 상반되는 의견이나 프로젝트가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주변의 환경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다른 의견을 포용함으로써 주변 자연경관과 더 어울리는 관계를 가지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주변 가까운 것들, 즉 나무나 바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태양의 움직임 등과 같은 자연 기반을 활용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주변 요소를 무시한다면 제가 추구하는 건축물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한국에는 하이브리드 목조건축에 대한 경험과 실적이 부족하다. 목재와 목재, 콘크리트와 목재, 돌과 목재, 철과 목재가 만나는 건축 구조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순수한 목조건물과 콘크리트 등 다른 구조물과 어울려 지은 목조건축과의 차이점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그는 순수한 목재 건축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나무로 건축을 할 때는 항상 다른 물질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모든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해법이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저는 금속과 나무, 콘크리트와 나무, 돌과 나무의 조합을 시도했습니다. 건축가가 좋은 점 중 하나는 기존과 다른 종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을 다시 방문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목조주택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카를로스 카스타네이라(Carlos Castanheira)
1981년 포르투갈 Fine Arts in Porto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건축가로 활동했했다. 1993년 건축가 마리아 클라라 바스타이(Maria Clara Bastai)와 함께 건축사무소 Carlos Castanheira & Clara Bastai를 설립했다. 각종 건축대회 심사위원 및 컨퍼런스에 참여했으며, 건축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건축 교육에도 힘을 쏟아 붓고 있다.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