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목조공간대전' 수상작 제주 카페 <유지커피웍스>... 건축의 구조와 감각이 하나로 응축된 목재공간

건축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5-09-02 22:21:12
지형 언어로 구축한 지연의 건축
리드미컬한 목구조 공간의 감각적 직조

 

마치 제주 자연의 원시성을 감지하듯 카페 유지커피웍스‘를 만난다. 건물 초입에 놓인 제주의 돌과 나무는 그들의 역사를 증명하는 당당하게 서 있다. 제주시와 근접한 오라이동은 완만한 경사의 대지 위로 낮은 바람, 음습한 공기, 땅의 층위가 자유롭게 흐른다.

지형 언어로 구축한 지연의 건축 



건축가 이성범에게 오라이동은 물리적 장소가 건축의 태도를 묻는 땅이었다.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와 자생 귤나무를 공간의 중심축이 되고자 했고 그에 따라 건축의 방향과 자리는 조율되어 갔다. 건축가는 땅의 흐름을 수용하면서 중심과 경계가 한 몸이 되는 건축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인위적 맥락을 배제하고 공기의 밀도, 사람의 걸음과 속도 그리고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리듬을 비가시적인 흐름에 안착되도록 설계했다.

거북이 등을 입은 두 매스는 자연과 건축 사이를 연결하면서 형태를 선행하기보다 시선을 아래로 흐르도록 유도해 땅의 언어를 탐지하고, 그것에 따른 응답을 기다리도록 했다. 이는 대지와 타협하거나 양보를 거부하고, 머뭇거림과 망설임의 시간이 건축으로 이어지게 하는 공간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다.

저채도의 건축에 따른 기후와 구조 해석 



‘유지커피웍스’의 처마 기울기는 주변 자연과의 접점을 형성하기 위해서 땅에 맞닿을 듯 드리워지는 입면을 완성했다. 빛과 습기를 조율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간극을 완충하기 위해서다. 보행자의 위치와 시간에 따라 빛과 그림자의 흐름이 중심에 자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건축의 배경이 되도록 뒤로 물러서게 했다.

지붕 외장은 제주의 색에 가까운 천연 슬레이트를 사용해 낮은 채도를 유지함으로써 주변 풍경의 한 자락으로 어우러지게 했다. 저채도는 공간을 감추면서 동시에 드러내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 이는 건축 환경에 응답하는 은유적 기법으로 ‘자연 속의 건축’, ‘건축 안의 자연’을 품은 것이다. 

 

 

제주의 기후는 예민하고 강렬해서 건축의 형상과 공간뿐만 아니라 구조와 재료, 단면에까지 관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건축 안에서 조율하는 대상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지붕은 중목 구조로 짜인 장대한 서까래를 중심에 두고 200각 철골보가 수평으로 지지하게 됐다. 또한 하중은 기초로 연결된 콘크리트 옹벽과 외곽에 배치된 커튼월 기둥으로 분산되어 물리적 안정성과 공간적 리듬을 생성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리드미컬한 목구조 공간의 감각적 직조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목구조 기둥은 숲의 이미지를 차용, 수직성과 일정한 간격의 리듬을 갖추고 있다. 기둥의 배치는 동선, 시선, 빛의 흐름을 따라 자기 위치를 잡았고, 하중을 지지하는 동시에 공간의 감각을 세분화한다. 외곽의 커튼월은 외부와 구조의 경계를 흐리게 해서 풍경과 공간 사이를 조율한다. 기둥 역할이면서 내부에서 외부로 열린 시선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통유리를 통해 안과 밖의 경계와 개방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개구부의 위치와 비례다. 빛과 공기의 흐름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파악해 남쪽의 강한 일사는 깊게 드리운 처마로 거르고, 북측에는 부드럽고 안정된 확산광이 실내에 고르게 퍼지도록 구성했다. 이 모든 요소 즉 지붕, 구조, 개구부, 커튼월은 단면과 마감 디테일, 환기, 열환경까지 고려하여 제주의 기후와 구조, 감각이 교차하는 건축적 질서를 낳았다.

진입로의 수백 년 된 제주 팽나무와 귤나무 숲을 통과한 손님들은 먼저 두 동 사이의 틈으로 유도되고, 다시 낮은 높이의 회랑을 따라 내부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이 시간 동안 바닥의 질감, 벽면의 재료, 조도의 편차, 기둥의 간격과 높낮이는 사용자의 감각을 세밀하게 조율해 어떤 시퀀스에 스며들게 한다.

중앙의 마당은 이 건축공간의 시각적 중심이자 건축 전체의 감각적 여운이 확장되는 틀이다. 남측의 비닐하우스와 북측의 대단지 아파트 사이에서 마당은 시선을 조절하며 바깥 풍경과 내부 경험 사이의 균형을 중재한다. 중정으로 유입되는 빛은 시간에 따라 몸과 질량의 각도를 달리하고 지붕 위의 천연 슬레이트에는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이 건축의 시·공간성을 조율한다.

건축가의 감각적 시퀀스와 목재  



‘유지커피웍스’는 텅 빈 공간에 이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건물이 배치됐다. 삼각형 단면이 만드는 위요와 시선의 틀은 임의적 형상이라기보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한 건축적 해석의 결과다. 건축가의 망설임과 응시의 시간 속에서 구조와 감각이 중첩해 하나로 응축된 건축이자, 기능의 집합이 아닌 감각의 흐름과 밀도가 조직되는 하나의 구조가 직조된 공간이다. 그것은 사람의 걸음과 머뭇거림, 머무름과 시선이 리듬에 따라 구성된 감각의 시퀀스다.

이성범 건축가에게 목재는 인간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열어주는 ‘촉각적 매개체’다. 온도와 향, 빛의 결을 품고 있어 사람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는 매개체이다. 그러나 그는 목재를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재료와 부딪치며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는 요소다. 그에게 목재는 마지막 완성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다. 그것은 자연을 닮은 불완전함 속에서 건축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 유지커피웍스 (제주 제주시 오남로 297)
· 설계 : (주)이성범 건축사사무소
· 시공 : (주)TPA
· 사진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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