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마이스터의 김홍국 마이스터rk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인터뷰이로 강신우 교수를 꼽았다. 현재는 서일대학교 생활가구디자인학과를 퇴임한 강 교수. 그는 현대리바트를 거쳐 디자인 강국이자 가구 산업의 핵심국가인 이탈리아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는 목공 아카데미 유니크마이스터의 김홍국 마이스터와 강신우 교수가 우리나라 가구 디자인의 현재와 디자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디자이너가 닭을 보고 그리면 회사 오너가 귀 고치고 다리 고치고, 그러다가 닭이 꿩이 되고 말아요. 전문가가 해 놓은 것은 내버려둬야 해요. 그리고 대중에게 평가 받아야 하고요.”
김홍국(이하 김):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다녀왔어요. 가기 전 밀라노 아카데미를 알아보다가, 강신우 교수님이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어떤 연유로 다녀오셨나요.
강신우(이하 강): 제가 1982년도에 대학을 들어가서 89년도에 현대리바트에서 가구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이탈리아 출장을 일 년에 한, 두 번씩 나갔는데 밀라노를 가면 디자인이 워낙 다양하니까 내가 가구디자인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런데 한국만 들어오면 갑갑하더라고요. 다 똑같은 디자인뿐이고. 그래서 2002년 39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어요. 이전에 대학원도 졸업하고 강연을 한 경력도 있으니 1년 마스터 과정만 배우자 해서 갔었죠.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의 리쏘네에 있는 국립가구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 당시 이탈리아 영&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을 하기도 했어요. 이후 귀국해서 2004년도에 서일대학교 가구디자인학과 교수로 취임하게 됐지요.

김: 우리나라에도 공방은 많지만 제작하는 방식은 모두 비슷해요.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게 가구를 디자인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항상 고민해요. 그러다가 올해 밀라노 박람회에 갔는데,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서 정말 놀랐어요. 우리나라는 원목가구만 취급하는데, 밀라노에는 원목가구나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더라고요.
강: 한국 가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소재 같은 경우도 월넛, 티크 등 비슷한 소재만 계속 사용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이탈리아는 전 세계를 상대로 가구를 만들다 보니까 디자인이 특이해도 각국에서 반응이 오고, 판매가 이뤄지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가구 시장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고 소비층이 좁다 보니 디자인이 다양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김: 그럼 구체적으로 이탈리아 가구산업과 국내 가구산업은 어떻게 차이가 나나요?
강: 이탈리아는 디자인 중심이에요. 이탈리아 산업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 패션, 가구 이런 것들이잖아요. 그만큼 디자인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뜻이죠. 또 가업계승이 잘 되다 보니 몇 대를 거치다 보면 노하우도 쌓이고, 그런 브랜드들이 이탈리아 가구의 전통을 잇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탈리아의 가구디자이너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요. 자기 디자인이 잘 팔려야 로열티도 많이 받고, 디자인은 온전히 디자이너의 몫이기 때문에 프로의식도 강하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까 능력에 상관없이 월급이 나와요. 디자인에 공을 들이지 않죠. 또 회사 오너가 디자인을 좌지우지하는 편이에요. 디자이너가 닭을 보고 그리면 오너가 귀 고치고 다리 고치고, 그러다가 닭이 꿩이 되고 말아요. 전문가가 해 놓은 것은 내버려둬야 해요. 그리고 대중에게 평가 받아야 하고요.

“디자이너가 노력을 해야 돼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죠.”
김: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극받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 국립가구학교에 5학년으로 들어갔는데 플랜을 그리라고 하더라고요. 일대일 도면으로 맨 처음 제가 살던 집을 그렸는데, 왜 식탁이 사각형이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내 머릿속에는 식탁은 네모라는 공식이 들어가 있어요. 그만큼 한국은 주입식 교육을 위주로 가르쳐요. 책상을 만들어도 특이한 디자인으로 그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하죠. 너무 틀에 박힌 교육을 많이 시켜요. 이탈리아에서는 창의성교육을 많이 했어요. 수업시간 중에 현장 교육도 많이 다니고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디자인에는 많이 관여하지 않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가르쳐주는 편이에요.
김: 저도 처음에 제작 교육에 치중하다 보니까 수강생들 작품에 자기만의 색이 없더라고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게 무얼까 생각해봤더니 그게 디자인이었어요. 제 스타일의 디자인을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색을 찾아줘야 되는 데, 그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강: 보통 우리나라 교육 프로그램은 디자인의 제일 첫 단계가 시장조사예요. 서랍장을 만들려고 하면 서랍장 조사를 쫙 하는 거죠. 그럼 기존 서랍장만 머릿속에 꽉 들어차요. 저는 디자인 수업을 할 때 서랍장을 생각하지 말고 그리고 싶은 걸 그리라고 해요. 자연물이나 인공적인 것, 추상적인 것 등 거기에서 서랍장으로 발전해나가죠. 그렇게 해야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데, 이미 있는 것을 보고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다면 기존 서랍장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디자인을 하면 되도록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해요. 자기가 못 만들어도 일단 실패를 해 봐야 어떤 디자인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알 수가 있으니까요. 또 디자인을 직접 한 다음에 만들어보면 자기가 생각한 대로 안 나온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요. 디자인 교육은 처음부터 깊이 알려 주기보다 방목하면서 자율적으로 가르치려고 해요. 그렇다고 디자인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기술력도 중요하죠. 하나의 디자인을 가지고 여러 기술자가 만들면 디자인은 똑같더라도 제품은 천지차이예요. 가구 산업에서는 디자인, 기술, 마케팅 이 세 가지가 잘 이뤄져야 하죠.
김: 저희 아카데미도 그 세 가지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저도 가르쳐봤는데, 그 중 학생들은 디자인을 제일 어려워해요.

강: 디자인은 정답이 없으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전문가가 아니라도 얘기할 수 있어요. 세 살 꼬마한테도 ‘너 좋아하는 거 골라봐라’ 하면 고르니까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노력을 해야 돼요. 소비자를 디자인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해요. 예쁘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건 아니거든요. 모든 걸 다 고려해야죠. 어떤 브랜드는 지방에서 더 많이 팔려요.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거죠. 소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요.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끌어들이는 힘이 필요해요.
김: 저도 밀라노를 다녀온 이후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디자인에 좀 더 집중하는 것보다 생각부터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간다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디자인 공부를 하기 전에 자기 가구의 철학이나 이야깃거리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강: 이야기가 있어야 소비자들도 재밌게 느끼고 그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는 인사동을 자주 가는데, 갤러리에서 조각 작품이나 예술품들을 주로 봐요. 가구를 만든다고 가구만 찾아보면 힘들어요. 예술품도 보고, 건축물도 봐야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거기서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오는 거고요.

“시장은 분명 있어요. 어떻게 콘셉트를 맞추고 방향을 정하냐에 따라서 판가름이 나겠죠.”
김:: 일본은 매니아층이 많아서 그런지 조그만 공방도 운영이 잘 되는 편이에요, 요즘 국내에도 소규모 목공방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생각이 다양해서 매니아층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강: 원목가구는 많이들 좋아해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게 문제죠. 자기만의 개성이 있거나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등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앞설 수 있겠죠. 그래야 매니아층도 만들 수 있고요. 목공방이 살아남을 길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했듯 디자인은 생략하고 기술적인 얘기만 하니까 다 비슷한 가구만 나오는 것 같아요.
김: 공방을 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솔직히 요새 어려워요. 일반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로망으로 보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강: 공방이 어려운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타협을 하려고 하지 않고, 또 하나는 시장성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요즘 공방도 교육이나 기타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지, 가구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공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물건이 있어야 하고, 그 말은 즉 생산성이 있어야 된다는 뜻이에요. 일반 소비자가 봤을 때 예쁘고 갖고 싶은 디자인과 어렵게 만든 것처럼 보여도 기술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생산성이 중요해요.
김: 저는 이탈리아나 일본처럼 조그만 공방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생각처럼 잘 안되지만요. 우리나라 목공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히면 디자인이나 기술 등 가구 산업 전반적으로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강: 그렇게 되려면 공방도 노력을 해야 되지만, 일단 사람들 삶에 여유가 생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원목가구를 사러 오는 사람들은 결국 돈이 있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물론 지금 상황은 어렵지만 앞으로 가구 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이 이사를 참 많이 다니거든요. 시장은 분명 있어요. 어떻게 콘셉트를 맞추고 방향을 정하냐에 따라서 판가름이 나는 것이죠. 우리나라 가구디자이너들이 기술력은 좋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부분만 강화하면 국내 가구 시장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김: 그렇다면 앞으로 교수님도 브랜드나 목공방을 하실 계획은 없나요?
강: 이탈리아에서 막 돌아왔을 때는 내 이름을 건 아동용 가구 브랜드를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일단 그 꿈은 접었죠. 교단을 떠나면 할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현직에 충실할 예정이에요. 조만간 DIY책을 낼 생각이지만, 아직 얘기만 하고 있어요. 지금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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