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쓰는 가구 이야기... 가구, 장식으로 회귀하다

공예 / 편집부 / 2023-02-05 19:01:02
가구 표면 장식을 수용한 아르데코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
고전주의 가구 양식
▲ 강수진 <네모의 꿈> 상감 기법이나 마케트리는 가구의 표면 전체를 장식하거나 부분적으로 장식하는 기법이지만, 각재 집성 기법처럼 장식이 곧 가구의 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규격 각재를 의도한 색상 구성이나 디자인대로 길게 혹은 짧게 횡절단하여 빈틈없이 미리 의도한 도안대로 구성하면서 접착해 나갔다. 색상이나 길이가 다른 각재를 집성하여 그 자체로 스툴의 형태를 구성했다. 구조적인 장식은 이렇게 해서 전체적인 구조와 분리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구 장식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 중 하나. 문양, 색상, 질감 등을 통한 예술적인 결합은 가구에 깊이와 풍부함을 더해 준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간결한 형태에 표면을 다양하게 장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표면 장식 기법을 통해 가구 동향을 엿볼 수 있다.



가구 표면 장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아르데코

1990년대 이후부터 강세를 보이던 미니멀리즘의 단순한 디자인에 대한 반작용은 보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것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세계 가구의 흐름을 보여주는 밀라노 가구박람회 등에서는, 장식을 중요시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의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가구의 외형은 단순하게 하는 대신 표면의 시각적 효과에 주안점을 두는 디자인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구에 있어서 다양한 디자인, 색채, 그리고 소재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반된 디자인 특징들까지 고급스럽게 아우르면서 최근까지도 디자이너에게 창조적 영감을 주고 있다.  

 

▲ 프론트 : 스웨덴 디자인 그룹 프론트(Front)가 2011년에 디자인한 장식장과 서랍장 ‘INLAY’는 입체감 있는 육면체가 평면에서 3차원 효과를 이끌어내어 기하학적인 착시 현상을 주는 독특한 문양을 상감 기법을 이용하여 표현했다. 4가지 다른 오크 컬러를 블랙 윤곽선으로 구분하여 조합하는 정교한 세공 기술이 엿보인다. 장식장 내부에는 간단한 선반과 분리대가 장착되어 있고, 문짝은 상감 라인을 따라 비대칭으로 분리되어 열 수 있게끔 되어 있다.


20세기 초 유럽의 디자인은 기능과 장식이라는 이분법 아래에 있었다. 대부분의 디자인이 기능주의를 표방하면서 기계주의 미학에 입각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를 추구했다. 반면 프랑스의 아르데코 양식은 유일하게 기능적이면서도 동시에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이 특징이었다. 금속과 대리석, 플라스틱, 유리, 가죽, 상아 등 다양한 재질을 도입하였으며 선과 볼륨을 단순화시켰다. 또한 기능성과 밀접하게 연계된 기하학적인 패턴 장식을 통해 장식성과 기능성의 공존을 꾀했다.

아르데코라는 단어는 후에 명명된 것으로 1925년 열렸던 파리장식예술박람회(Exposition des Arts Decoratifs)의 축약어이다. 대표적인 가구의 소재로서, 흑단 중에서도 최고급이라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세레베스 산 마사카르 흑단과 아름다운 나뭇결을 자랑하는 브라질산 장미목, 그리고 마호가니를 즐겨 사용하였다. 이처럼 이국적인 목재에 상아 또는 진주, 자개 등을 상감하는 전통적인 수공 기법을 사용해서 고급스럽고 이국적으로 보였다. 상감세공 외에도 마케트리, 파케트리 등의 기법이 모두 사용되었다.

근래에 아르데코의 영향으로 장식이 부각되는 기법의 재해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목재 장식 기법에 관심 있는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구에 가장 보편적이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장식 기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이지원 <만월(滿月)> : 서양적 가구 구조에 동양적 장식 재료의 조합, 동양적 재료와 서양적 패턴의 조화를 보여 준다.

 


Intarsia, 상감 기법

'intarsia'는 ‘삽입’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interserere'에서 파생되었다. 상감의 작업 순서는 대체로 먼저, 바탕이 되는 재료를 음각으로 파내고 그 자리에 꼭 맞는 다른 재료(나무, 상아, 돌, 금속, 조개껍질, 동물의 뿔 등)를 삽입한다. 그러고 나서 삽입한 재료를 다듬어 도장 마감하는데 이때 연질의 재료는 같은 높이로 깎아 내고, 상아처럼 경질인 경우는 볼록하게 마감한다. 박아 넣는 방식 때문에 수명이 오래 보장되지만, 감입 기술의 정밀하고 숙련된 난이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좁은 면적에 주로 포인트로서 사용되어져 왔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상감 기법인 청자상감이나 나전칠기, 청동은입사 기법 등을 이용한 각종 공예품이 활발히 제작되었다. 서양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소년왕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된 흑단에 상아 조각을 상감한 ‘예식용 의자’, 그리스에서는 올리브 나무에 금, 은, 상아 등을 정교하게 박아 넣은 것들이 많이 전해지며, 로마시대에는 금, 은, 구리, 상아, 거북이 등판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상감 기법이 유행하였다.  

▲ 강수진 <네모의 꿈> : 상감 기법이나 마케트리는 가구의 표면 전체를 장식하거나 부분적으로 장식하는 기법이지만, 각재 집성 기법처럼 장식이 곧 가구의 구조를 형성하기도 한다. 규격 각재를 의도한 색상 구성이나 디자인대로 길게 혹은 짧게 횡절단하여 빈틈없이 미리 의도한 도안대로 구성하면서 접착해 나갔다. 색상이나 길이가 다른 각재를 집성하여 그 자체로 스툴의 형태를 구성했다. 구조적인 장식은 이렇게 해서 전체적인 구조와 분리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발생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정교한 동 상감세공품이 교회에서 쓰였으며, 18세기 영국의 게릿 젠슨은 해초 상감으로 장식을 하여 정교하고 화려한 표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프랑스에서도 금도금을 한 황동에 중요한 부품들을 상감하였다. 이렇듯 각 분야에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다채로운 재료를 이용한 상감 기법을 장식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오늘날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Marquetry, 마케트리 기법

마케트리 기법은 소품이나 가구에 화려한 문양을 장식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회화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케트리 기법은 먼저, 여러 가지 무늬목 위에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붙인 뒤 실톱을 이용하여 도안대로 오린다. 그 후 각각의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하여 바탕재 또는 가구 몸체에 붙인 후 도장 마감한다. 목재 조각을 부분적으로 염색하여 색상과 명암을 조절하기도 한다.

주로 꽃이나 자연 형태 등을 디자인하여 여러 가지 색상의 무늬목 외에도 상아, 놋쇠, 백랍, 자개 등의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장식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법으로서 실생활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문양 표현의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파케트리(parquetry) 기법은 마케트리와 매우 유사한 기법으로, 패턴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태로서 각도가 일정한 직선으로 구성된 단순한 패턴으로 제작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주로 마룻바닥을 장식하기 위해 쓰였다.  

 

▲ 목상감 기법 : 목상감은 원목에 홈을 파서 문양을 만든 뒤 그 속에 색상이 다른 목재를 상감하는 기법이다. 감입 기술의 정교하고 숙련된 난이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로 작은 면적의 장식에 사용된다.

 

 

과감한 장식 기법을 선보인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

전시마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스타 디자이너들 역시 그들의 최신 컬렉션에서 디자인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기능적인 장식장이나 서랍장에 전통적인 장식 기법을 이용했다. 그동안 주로 상징주의적인 작품들로 관람객을 과감한 디자인 세계로 인도했던 스튜디오 욥은 2008년 ‘바바리아 마케트리 콜렉션’을 선보였다. 17세기에서 18세기 동안 선보였던 독일의 바이에른 가구에서 영감을 얻은 목가적인 테마를 인도산 장미목을 사용하여 표현했다. 또한 완벽한 표면 처리를 위해 레이저 커팅 기술을 도입했다.

스웨덴 디자인 그룹 프론트는 2011년 평면에서 3차원 효과를 이끌어 내 기하학적인 착시 현상을 주는 독특한 문양을 정교한 상감 기법을 이용하여 표현한 장식장과 서랍장 ‘INLAY’를 제작했다. 마씨모 모로찌에 의해 2012년 디자인된 장식장 컬렉션인 부아 드 로즈는 루이 15세 양식의 서랍장에 사용되었고, 한동안 잊혔던 장미목을 사용해서 제작했다. 사용된 나무가 장식장이름이 되었다. 전통적인 캐비닛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서 베니어를 수직, 사선으로 기울여 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장식 기법을 재해석했다.

 

▲ 스튜디오 욥 :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욥이 디자인한 시골 농장 모티브의 바바리아 장식장과 벤치이다. 이 목가적인 테마는 돼지, 닭 그리고 해바라기를 이어서 빨간 헛간과 목초 저장고, 말 울타리, 개집 등을 대칭적으로 묘사하였다. 5개로 구성된 각 시리즈는 여섯 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된다.

 

 


조합과 조화를 통한 장식성의 확장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아르데코의 ‘믹스 & 매치(Mix & Match)’ 방식을 통해 모던하면서도 동서양의 감각을 조화시킨 풍부한 감성으로 가구 디자인의 장식성을 강화하였다. Mix & Match는 가죽, 유리, 금속,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와의 결합뿐만 아니라 동양의 수공예적 장식성과 동서양 문화를 혼합한 가구 디자인의 경향을 보여 주었다. 이상으로, 장식성이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능성과 화려한 문양의 다양한 목재 장식 기법이 조화된 장식으로 회귀하고 있는 최근의 가구 동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 · 사진 정은미

정은미 | 상명대학교 공예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DOMUS ACADEMY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신일 스킨스 공업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동시에 대학교 강의도 시작하였다. 네 번의 개인전을 선보였고 이제까지의 여정과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목조형가구 여행기〉를 출간하였다. 현재 상명대학교 가구조형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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