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는 마음과 정신이 출렁대는 순간의 세계이다. 흙과 한 덩어리가 된 몸은 즉흥의 근원지를 탐색한다. 작가의 작업실은 자기 검증의 공간이자 작업은 자유방임의 수동태 놀이터다. 몸이 지치면 흙이 이끌고 흙이 나태하면 몸이 서두른다.
점토의 속살을 파고들어간 작가의 두 손은 흰고래가 바다를 유형하듯 흙의 체질을 더듬고 질감을 가다듬어 한 몸을 이룬다. 작가에게 예측할 수 없는 작업은 두려움이면서 미지의 감각이다.
몸과 점토가 서로를 탐험하고 일체와 유기를 반복하면서 의식과 무의식이 결합한 박지원의 ‘무명’은 사람의 감각과 흙의 질료를 한 몸에 잉태한 작품이다. 또한 그것은 자유가 잠재하는 질량불변의 세계이자 유토피아로 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흙과 한덩어리가 된다는 것은 대상의 주체와 객체 간의 구별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몸과 흙이 서로를 탐험하고 일체와 떨어져 있기를 반복하는 동안 의식과 무의식이 성형을 이룬다.
박지원의 ‘Untitiled’는 사람의 감각과 흙의 질료가 잉태한 작품이다. 자유가 잠재하는 질량불변의 세계이자, 자아를 향한 통로의 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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