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산업, 기능과 가치의 관계를 새롭게 묻는 전시
-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재료를 통과해 미래적 감각으로 확장되는 순간
-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2026년 6월26일 – 7월 24일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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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Photo: Joel Moritz |
정구호 개인전 《白骨銅백골동》은 가구의 골격을 뜻하는 ‘백골’과 장석의 금속성을 가리키는 ‘동’을 결합한 말로, 전통 목가구의 구조와 장식, 기능과 가치의 관계를 해석한 작품이다.
정구호는 전통과 현대, 기능과 가치, 장인과 작가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어떤 관계가 공생할 수 있는지 탐구해왔다. 대표 연작 공생은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 재료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상이한 시간과 가치를 하나의 시공간 안에 포개며, 물질과 기억, 기능과 미감이 서로를 통해 전환되는 장면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白骨銅백골동》은 전통의 복원이나 현대적 변용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미래적 감각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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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Photo: Joel Moritz |
《공생》의 출발점은 작가가 영화 <황진이>의 미술감독을 맡으며 마주한 한 장의 기록사진이다. 구한말 개성의 기생이 수많은 개성반닫이 앞에 앉아 있는 사진 속에서, 정구호는 인물보다 그 배경을 채우고 있는 반닫이에 주목했다. 절제와 단아함을 미덕으로 삼았던 조선 후기 사대부 가구와 달리, 개성반닫이는 화려하게 조각된 장석과 풍부한 장식성을 통해 또 다른 전통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후 작가는 오랜 시간 각지의 두석장을 찾아다니며 개성반닫이와 장석이 지닌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왔다.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장석은 수백 년 동안 귀한 가구를 장식하며 한 시대의 기술과 미감을 담아냈다.
작가는 현대 물질 재료인 플렉시글라스로 투명한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전통 장석을 결합함으로써 서로 다른 시간과 가치 체계가 하나의 대상 안에서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과거의 유산은 현대의 재료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현대의 재료는 전통이 지닌 시간의 깊이를 만나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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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Photo: Joel Moritz |
플렉시글라스의 투명성은 과거의 반닫이가 귀한 것을 보관하고 감추기 위한 사물이었다면, 정구호의 투명한 구조는 내부를 모두 드러내며 숨김의 기능을 비워낸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이 귀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투명성을 통해 물질적 가치의 은폐를 걷어내고, 가치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결국 《공생》은 과거와 현재, 기능과 가치, 장인과 작가, 전통과 산업이라는 상이한 조건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서 관계 맺는 방식이다. 이 전시는 전통을 복원하거나 현대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과 오늘의 재료가 같은 시공간 안에 놓일 때, 가치가 어떻게 다시 정의되고 의미가 어떻게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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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구호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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