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주는 기운은 사람들의 심신을 안정에 도움
병원 인테리어에서는 편안함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힌다. 나무는 이러한 실내 분위기를 이끄는 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춘천에 자리 잡은 주안내과는 나무를 이용해 자연을 품 안에 들였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바람이었다. 주안내과는 치료가 아닌 치유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나무가 지닌 치유의 힘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있으면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곤 한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넉넉한 그늘은 어떤 쉼터보다 우리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든다. 건축사사무소 a0100z의 성상우 소장은 자신이 겪은 느티나무의 힘을 주안내과 인테리어에 풀어냈다. 한때 공황장애를 겪었던 건축가는 오랜 시간 병원의 신세를 져야 했다. 어느 순간 성 소장의 눈엔 병원이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 환자를 바라보지 않는 의사와 인위적인 공간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가 병원 대신 찾은 곳은 숲이었다. 건축가는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위안을 얻었고, 그로 인해 건강도 어느 정도 호전됐다. 그 경험을 되새기며 실내는 숲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는 작업을 거쳤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접수대 뒤의 삼나무는 물론 벽과 천장을 장식한 느티나무 떡판은 마치 숲 속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주안내과의 상징은 바로 이 느티나무 떡판이다. 대기실의 벽과 천장에는 10개의 느티나무 떡판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의 속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성 소장이 직접 구입한 느티나무 고사목이다. 나무를 다듬는 작업도 꽤 걸렸다. 에이트리 공방의 도움으로 나무의 곡선을 살리고 틈틈이 공방을 방문해 직접 사포질을 했다, 오일을 바르지 않아 나무 본연의 결과 색이 빛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은 느티나무의 결을 만지고,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병원을 방문한 이들은 공간 안에서도 언제나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다. 느티나무 아래 마련된 대기실은 마치 마을의 정자와도 같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는 초조함도, 불안함도 찾아볼 수 없다. 나무가 주는 기운은 사람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편안함과 따뜻함을 품은 병원
주안내과는 다른 병원과는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곳이다. 테이블에서나 볼법한 슬랩우드가 벽면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고, 접수대 뒤의 삼나무 루버는 뱅글뱅글 돌릴 수 있도록 설치됐다. 실내 장식은 전체적으로 투박하지만 인위적이지 않았다.
주안내과의 안종호 원장은 성상우 소장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하기 전, 병원 인테리어 전문 업체를 찾을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 업체는 다 똑같은 디자인이 주를 이뤘고, 사용자의 성향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성 소장은 이와 달리 안 원장의 성향을 최대한 공간에 드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병원 설계를 이끌었다.
주안내과의 콘셉트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바탕으로 정해졌다. 병원엔 그 흔한 형광등도 없다. 실내는 간접 조명을 사용해 은은하게 빛났다. 눈에 부담을 주는 조명이 사라지자 대기 공간은 좀 더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이 됐다. 접수대 뒤로는 회전판을 달고 있는 삼나무 루버를 설치했다. 날을 세워 공간에 여유를 주거나, 완전히 가려 새로운 느낌의 나무 벽을 만들 수도 있다.
목재는 따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 투박한 결이 그대로 살아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짙은 색을 품었다. 병원 내부에 쓰이는 가구와 소품 중 일부는 공간이 지닌 분위기와 어울릴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었다. 원장실과 진료실 등, 방마다 문 앞에는 목제 팻말을 달았다. 공간 곳곳에서 건축가의 세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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