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온 사람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흙으로 돌아가는 그 마지막 길엔 나무가 함께한다. 사람이 죽고 나서 그 시체를 땅에 묻었던 장례풍습은 구석기문화를 만들어냈던 네안데르탈인이 그 시작이었다.
형태가 분명하게 남아있지는 않지만 고대시대로 추측되는 당시의 목관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장례관련 유물만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수집해 모아놓은 박물관이 국내에 있다. 올해 4월 개관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예아리박물관이 바로 그곳. 예아리박물관은 종합장례용품 회사인 삼포실버드림이 전통 상례 문화의 보존을 위해 설립한 곳으로 일본, 중국, 몽골 등 아시아 중심의 상장례 유물 5천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가면 16C에 사용했던 목관들이 유물로 보존되어 있다. 당시 목관은 소나무 통판으로 제작했으며 관의 겉 표면에 소나무를 태워 나오는 그을음을 모아 칠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있다.
과거 투박하고 거칠었던 관의 모양은 현대에 와서는 좀 더 매끈하고 심플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관의 본질적인 기능이 사람의 시체를 담아 흙에 묻히는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관(棺)’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이미 나무(木)가 들어있다. 관을 제작하는 재료로는 나무, 돌, 기와, 점토 등 여러 가지 재료가 있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나무는 가장 따뜻한 물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국내 장례전문 업체에서는 관을 제작할 때 오동나무, 적송, 향나무 등의 수종을 주로 사용한다. 그 가운데 오동나무는 국산보다 최근 중국에서 제재목 또는 집성목으로 많이 수입되는 ‘중국오동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중국에서 바다 건너 온 오동나무는 죽은 사람을 품고 한국 땅속에 평생을 묻히게 된다. 오동나무는 단단하고 습기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오래 두어도 손상이 잘 되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다. 겉보기엔 강인한 나무지만 오동나무는 ‘이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나무다. 오동상장의 풍습에서도 알 수 있듯 모친상을 당했을 때 쓰는 지팡이는 오동나무로 만들었다.
오동나무와 함께 관을 제작할 때 많이 쓰는 나무로는 적송이 있다. 적송은 주로 울진에서 자라는 금강송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단단하고 껍질이 붉다. 그래서 한국의 소나무를 적송이라 부른다. 적송은 십장생의 하나로 지조와 기개를 의미했던 나무다. 특히 이 나무는 감촉이 부드럽고 옹이가 없으며 통판으로 사용하기 좋기 때문에 관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적송의 미국식 이름 웨스턴 헴록은 북미대륙 서북부지역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나뭇결이 치밀하고 적갈색의 줄무늬를 갖고 있으며 광택도 있다. 국내산 적송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웨스턴 햄록은 관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된다. 해외에서 물 건너온 외국 나무들이 낯선 나라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마지막으로 향나무는 불교와 밀접한 나무다. 불교에서는 향나무로 향을 피운다. 절이나 사찰을 향계, 극락세계를 향국이라 불렀던 것과도 이와 관련이 있다. 향나무는 사당과 묘 주변에도 많이 심는다. 향나무는 독특한 향이 있으며 방습 및 방충효과가 뛰어나 관으로 많이 제작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향나무로 만든 관에 영면했다. 향나무 목관 뚜껑과 옆면에는 봉황무늬 등 대통령 문장을 상감 기법으로 그려 넣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이 담겼던 유골함 역시 향나무로 제작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흰색 도자기 유골함을 제안했지만 유족들이 이를 거부했다. 두 대통령은 평소 소탈했던 그 모습 그대로, 마지막 가는 길까지 소박한 향나무에 누웠다.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