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희의 은 작업 ‘white on white 白百' 전시...직관과 달관이 빚은 8할의 금속 미학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3-05-18 23:47:00
갤러리 아트스페이스감 개관전
이 달 5월 31일까지 전시

 

은빛의 유유자적과 질료의 불순물조차 회화의 한 자락으로 도치되어 공간의 기운을 채색하고, 각각의 사물들은 달에 비친 배꽃 마냥 수줍음으로 이방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완전한 조형은 완벽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에야 그 미학의 기저를 돌아볼 수 있다. 연유는 오로지 사물을 잉태하고 탄생시킨 작가의 태도와 경륜에 근거한다. 금속작가 류연희 또한 은 작업의 시작과 마침표의 경계를 사물의 유도에서 벗어나 8할의 지점에서 결정 함으로써 형태와 질감의 와비-사비를 이룰 수 있었다.

전시장에 진열된 은작업이 보다 경건하고, 보다 안온한 것은 물질에 대한 욕망의 위치를 빗겨난 작가의 호흡이 이룬 성과다. 작가의 에너지와 몸의 질량에 적확하게 안착한 작품들은 고유성과 독창적의 자태를 드러내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결국 작품은 작가의 꽃이요 밤의 이슬이라면, 곡선과 직선의 매듭이 난항하지 않고 자연의 선을 따라 노래하는 류연희의 은잔과 은그릇과 은주전자는 형태를 넘어 상태로 전이해 작가의 연륜과 이력 속에 온전히 녹아내리고 있다.

류연희의 개인전 ‘white on white 白百’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를 노니는 작가와 작품의 일체성이 고스란히 돋아나 부럽기까지 했다. 우리들을 그저 희붐의 조도를 따라 8할의 미학으로 떠나는 그들을 먼발치에서 배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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