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공간인 병원은 육체적 상처뿐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내과’ 실내디자인을 맡은 이승헌 교수는 이러한 아이디어로 작업을 시작했다.
흔히 ‘병원에 가면 병을 더 얻어온다’고 한다. 병원에서 풍기는 소독약 냄새와 아픈 환자들의 모습이 병의 증상을 더욱 심각하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의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환자들을 맞는 병원의 얼굴은 따뜻하기는커녕 차갑기만 하다. 흰색 벽지 혹은 타일에 대리석, 모던하고 세련된 소파를 배치해 멋을 내지만, 병원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긴장시킬 뿐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몸의 질병으로 마음까지 약해진 사람들이다. 물리적 치료만이 아닌 심리적 위로도 필요한 이들이다.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우리내과’ 실내디자인을 맡은 이승헌 교수는 몸과 마음을 다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싶었다. “힐링 포레스트(Healing Forest)를 콘셉트로 잡고 작업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의 풍광을 연상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다행히 병원 측에서 저의 아이디어를 흡족해했습니다.”
이승헌 교수는 동명대 실내건축학과 교수이자 얼렁뚱땅디자인연구소 소장이며, 한국실내건축가협회가 2009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선정한 한국 100인의 실내디자이너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내과 측은 이승헌 교수의 작업에 신뢰를 두고 실내디자인에 관련된 부분을 이승헌 교수에게 전담했다.
자작나무가 환자들의 심리를 위로하는 공간
이승헌 교수는 힐링 포레스트, 치유의 숲이라는 콘셉트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자작나무와 적삼목을 공간의 주 소재로 사용하여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병원의 얼굴인 리셉션에는 자작나무 합판을 넓게 붙여 환자들을 밝게 맞이하도록 하였으며, 천장에는 적삼목 판재를 수직으로 붙여 시각적 재미를 주었다. 환자 대기실 한쪽 벽면에는 자작나무 원목을 사용한 나무 오브제를 구현해 공간의 친근감을 더했다. 병원 군데군데 배치된 화분에도 겉 표면에 자작나무 원목을 붙여 공간의 통일성을 주었다.
환자 대기실과 진료실 사이에 세워져 있는 여러 개의 회색빛 강관파이프는 나무가 우거진 숲을 형상화한 것. 실제 나무를 사용해 실질적인 숲의 분위기를 표현하려 하였으나 기둥의 견고성을 염려해 강관파이프를 택했다. 기존 설계에는 파이프를 보다 다량으로 배치하려 하였으나 병원 측에서 부담스러워할 것을 염려해 양을 줄였다. 이승헌 교수는 “양을 줄이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하며 살짝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외 강관파이프 뒤편에 세워진 유리문에 그린과 밝은 브라운 컬러의 필름지를 붙여 숲속의 봄·가을의 계절감을 표현하였다. 숲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바리솔 조명을 여러 개 설치해 연출하였다. 나무와 함께 숲을 표현하는 데 기본이 되는 땅은 흙색 빛이 도는 포세린 타일과 롤 카펫으로 대신했다.
‘힐링 포레스트’로 변모한 공간에 병원 직원들도 만족을 표하고 있다. 밝은 톤의 나무와 화이트 컬러의 조합이 따뜻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해 일하기 즐거운 공간이 되었다는 것. 우리내과를 찾는 환자들도 병원이 기분 좋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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