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종을 풍미하는 시간...<소우주 주택+마카로니홈>

건축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4-09-03 12:31:22
한국임업진흥원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 주거부문 수상
다양한 수종, 숙련되 사공법 선례 남겨
유타건축사사무소 설계
▲ 제주 서광리 <소우주 주택+마카로니 스테이> 주택 전경

 

2021년, 제주의 현무암과 풀이 무성했던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400여 평의 대지는 새 주인을 만나면서 휴지기를 마치고 나무의 시간과 조우해야 했다.

완전한 집을 위한 준비 



건축주는 매일 현장에 들러 땅의 형상과 기운을 탐지하면서 가족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하우스를 그려나갔다. 소우주 주택의 건축주는 애초부터 목재가 풍성한 주택을 고려했다. 그것도 부분이 아닌 전면적으로 목재가 잘 쓰인 주택을 갖고 싶었다. 40년 가까이 서울의 강남에 살다가 이주한 제주도인데 굳이 콘크리트 구조의 집에 살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문제는 목재의 수종과 수급, 외장 부분의 시공과 사후 안정성에 대한 담보였다. 건축의 외부 마감재는 나무에서 돌과 타일, 다시 타일에서 나무로 번복되기를 수차례 거듭한 후 최종적으로 목재 마감으로 재결정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창균 건축가와 시공을 맡은 (주)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유림목재 가공 담당자들이 모여 숙의를 거듭하면서 수종과 시공법 등을 마련했다.

 

 


주택 외벽 처마 아랫부분은 폭 45mm,, 두께 18mm의 이페, 아프리카체리, 아프젤리아, 부빙가, 임파스, 사구라, 샤벨 등을 목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외장에 다수종을 사용한 이유는 목재의 건조 상태가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의 내부 벽체에는 웨스턴헴록(하이그리드)을 사용했다. 헴록은 소나무와 잣나무의 속성을 가진 목재로 부드러운 향과 깨끗한 공간감을 준다. 박공지붕의 내부 공간 바닥은 북미산 홍송을 시공해 웨스턴헴록과 어울림을 주었고, 1층 거실과 복도 천장은 브라질 오크로 마감했다.


고급목재를 사용하는 법 



공간 장식에 해당하는 계단은 두께 24mm로 가공한 멀바우, 아프젤리아, 체리 원목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요즘 주택의 계단은 대체적으로 자작 합판이나 10mm 폭의 좁은 간격으로 집성 계단재를 사용한다. 하지만 소우주 주택은 계단의 쓰임과 디자인 모두를 만족하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외부 데크는 환경의 변화가 심하고 관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기성 계단재가 아닌, 폭 50mm, 두께 38mm 멀바우 각재를 특별히 주문해 시공했다. 화장실 내부는 은은한 피톤치드 향과 곰팡이에 내성이 강한 북미산 옐로우시더를 사용해 일본산 편백나무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우주 주택 주택은 건축의 주거지와 게스트하우스가 하나의 건축이면서 독립된 구조를 이루기 위해 6개의 박공지붕으로 통일성과 구분을 동시에 주면서 대지를 4분할해서 안거리와 바깥거리로 나누어 두 건축의 개별 공간을 창출했다.

 


언제부터인가 제주가 이방인의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감성과 휴식의 섬으로 부상하면서 육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와 함께 새로운 정착지로 모색되면서 현대식 디자인 집들이 각양각색으로 지어졌다. 그 중에는 외형만 앞세우거나 일시적 트렌드로 그치고 말 건축도 다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무집 소우주 주택 역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목재라는 자연 소재 그대로의 민낯이 전하는 '자연의 건축'에 일조한 것임은 분명하다.

땅과 공간과 재료의 조화


건축의 내외장 대부분을 원목으로 마감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확정적으로 전할 수는 없지만, 품질이 뛰어난 원목으로 집을 지어 본 경험이 있는 건축주라면 그 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건축의 효율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화공 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집이라면 그것도 가족 구성원의 삶을한 번 더 고민한다면 건축에 있어 재료의 선택은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제주 소우주 주택이 특별한 이유는 ‘잘 사는 조건’으로 가장 먼저 목재를 고려했다는 사실에 있다. 현장은 목재는 시공 전후에 발생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과정에서 치밀한 검토와 숙의 과정을 거쳤기에 시공한지 3년이 지났지만, 목재의 자태가 여전히 건강하다. 개인적 평가일 수 있지만, 제대로 쓴 비용에 따른 만족도가 이 집에서는 정확하게 적용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10년 뒤, 이 집이 어떤 건축으로 그 가치를 지속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재료와 공법에 있어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그 마음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설계: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창균)
·시공: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소장 김갑봉)

·목재: 유림목재
·사진: brackets, 텍스처 온 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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