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곡선의 유려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갈라져 있던 피부는 찰진 흑색으로 도포됐고, 골절된 뼈마디는 숙련된 의사에 의해 정교하게 접합되어 살아생전 보다 더 단단해졌다. 나무는 다시 몸을 추스르고 미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생명의 골짜기로 달려간다.
손태선은 불로 나무를 태워 조소의 역사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불은 나무에 회피의 대상을 넘어 검은색의 변주이며 변형과 할렬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생명선을 잇는 도구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작가는 선과 텍스처로 조형의 미를 빚는 작가이다. 나무의 결을 제대로 세공하고, 표면의 질량을 어루만져 소멸당한 생명을 다시 부추길 줄 아는 신세대 목작가이다. 형태에 추상을 입혀 아름다움의 총량을 지켜내려는 의지 또한 충만하다.
그가 만든 목가구는 시작과 끝의 해석이 일목요연해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작은 고래를 연상하게 하고, 시베리아 설산을 비행하는 검은 두루미를 추상하게 한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아름다움이 소멸한 세상의 어둠이다. 작가의 사적인 희망으로 속단하기에는, 그의 가구 조형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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