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深山)을 주제로 조형작업을 해온 전아현이 작업의 태도에 변화를 주었다.
연무에 둘러싸인 산을 내려와 고요한 들판을 걷는다. 어디까지가 어제이고, 내일은 오늘의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작가는 생각의 누수를 작업으로 보양하는 이색 직업인이다. 전아현도 다르지 않다.
산수화를 내리고 그 자리에 돌덩이 하나를 덩그러니 옮겨두었다. 작가에게 작업은 자신의 세포와도 같다. 세포가 아프면 작품도 아프고, 즐거우면 작품 또한 웃는다. 굳이 외진 곳을 선택해 돌덩이 3개를 방치하듯 둔 이유는 모르긴 해도, 어떤 변화의 조짐이고 또다른 추상이 그려지고 있음을 예고한다.
검은 돌의 중심에는 여전히 산수화가 해바라기처럼 햇볕을 찾아 사위를 맴돈다. 어제의 어제는 질긴 인연으로 작가의 마음에서 살고자 애원한다. 검정 콘크리트가 레진 속 산맥을 중력 아래로 밀어 넣는 힘에 비례해 산맥의 운무는 하늘로 솟구치려는 상황이 애처롭다. 전아현의 심산(深山)은 심산(心山)의 경계로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
별 거 아닌 돌덩이에 그 연유가 구구절절한 까닭은 작가의 현재가 돌처럼 딱딱하고 어둠이 기거하고 있어서이다. 만약 그 이유가 아니라면 이 삼형제 돌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여전히 작가는 자기 세계관을 채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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