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신규는 질료의 이질적 대칭 관계를 통해 사물의 근본을 일깨우는 작가다. 2021년 <이질과 대칭>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작가는 속성이 다른 물질의 대칭 구조로 배타성과 이질성의 미학을 견지해왔다. 그의 오브제는 차고 따뜻함, 유선과 직선의 대비를 통해 물질의 강건함과 독자성을 직설한다.
숲을 떠난 참나무는 발가벗긴 몸의 처분을 작가에게 내맡겼다. 작가는 견고한 껍질을 고스란히 남긴 채 차가운 금속성 위에 정중하게 눕혔다. 나무는 “왜 흙이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작가는 “이질성은 서로의 필요와 존재를 확인시키는 제례와 같은 것이다”라고 답한다.
손신규에게 물질의 대칭은 지시어 ‘이것’이다. 사물이 지닌 개별 물질의 관계를 확연하게 밝혀 근본을 구체화하는 물성 운동이다. 그것은 어떤 것의 원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작가만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물감의 합체는 경계를 분명히 해 고유의 운동성을 분별하는 유물론 ‘이것’이다.
‘분절’은 합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선명하게 밝힐 수 있는 유기적 결론이다. 그의 오브제에 있어 ‘의미와 쓸모’는 종속적인 것으로 치부해도 좋다. 그런 이유로 그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먼발치에서, 저 참나무 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손신규의 이데아에 예를 갖추는 좋은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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