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공예의 현주소를 묻는 시선
한국 철학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아 제작
“물질의 이치를 사유하고, 공예의 기운을 조형하다”
'아트스페이스'3 갤러리는 오는 1월 11일부터 2월 4일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젊은 공예가 11인의 2023년 신작으로 <工藝理氣 공예이기> 전을 개최한다.
‘마땅히 그러함’과 ‘마땅히 이루어지는 것’의 이기 철학을 공예가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은 그간 공예에서 시도하지 않은 다소 묵직한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철학의 사상을 굳이 택한 이유는 공예의 근본을 직시해 기존 공예에 대한 포괄적이고 모호한 인식과 범위를 구체화하고, 현대 미술과 디자인의 완고한 경계에서 공예의 자리를 분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김자영(도예), 김지원(석고), 도용구(사진), 박지원(도예), 손신규(도예), 손태선(나무), 송지원(광물), 전아현(레진), 전치호(콘크리트), 최수진(도예), 황다영(돌) 등 전시에 참여한 11의 신예 공예가는 물성의 이치와 기운을 작가 저마다의 서사로 조형함으로써 현대 공예의 확장자를 시도했다는 점이 새롭다.
또한 이번 전시는 애초부터 작품의 방향을 미술 전용 갤러리 ‘아트스페이스3’의 공간적 기운과 공예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도록 의도했다. 기존의 공예전이 공간에 위축당하거나 공예품의 번잡한 나열이 아닌, 공간의 해석과 운용을 시도한 점은 앞으로 열릴 공예 전시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1년 전부터 자연의 물질성을 탐구하고 기운을 가다듬어 공예의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함께 노력했다. 혹시나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해석에 따라 미완의 틈이 노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 각자가 이기론(利己論)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예의 경계를 확장한 것만으로도 <공예이기> 전시는 그 의미와 역할을 다한 전시로 기억될 것이다.
[ⓒ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