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사는 삶은 진취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 포장되곤 했다. 서울로 대학을 간 자식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젊음이 자신의 인생을 확장하던 것이 자취(自炊)였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1인 가구는 더 이상 자발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한 결과가 1인 가구로 드러난 것이다. 다섯 평 남짓한 공간마저 내 것이 아니고,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정체불명의 음식을 매일 저녁 먹는다. 개인의 방과 삶은 확장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내 집을 갖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사치가 됐다.
미술 공간 ‘커먼센터’는 젊은 세대가 당면한 미래의 현실을 아티스트 16인의 눈을 빌려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대안 전시 <혼자 사는 법>에서는 16개의 혼자 사는 방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주석도 달리지 않고, 앞으로의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단지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함께 상상하고 공유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커먼센터는 이를 발버둥이라고 표현한다. 일종의 사태 파악이다. 암울한 상황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파헤치는 일은 이제 소용이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각자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시의 영문 이름이 ‘How to live alone(어떻게 혼자 살 것인가)’이 아니라 ‘A Loner's Guide(혼자 사는 이의 가이드)'인 것도, 이 전시가 해결책이 아닌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혼자 만들어 혼자 쓰는 가구가 놓인 방(소목장 세미의 방/소목장 세미), 혼자 하는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가구(Double life with/이미정), 집에서 가구, 가구에서 소품으로 소유의 개념이 작아지고 물건을 쌓아두는 방(떳다방/우주만물) 등 젊은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들의 공간을 꾸몄다. 불안함이 느껴지는 곳도 있고, 웃음이 스며 나오는 공간도 있다.
관람객은 16개의 방을 보며 혼자 사는 삶에 대해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기도, 부정적인 미래를 예감하기도 한다. 정해진 미래는 없지만, 1인 가구라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불안한 앞날을 앞둔 이들에게 커먼센터의 <혼자 사는 법>은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이가 존재한다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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