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은 어른이 만드는 곳이지만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만큼 만드는 이의 생각보다 사용하는 이의 시선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위성도시 위클(Uccle)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탄생한 유치원 플뤼셰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지역의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오래된 시설이었다. 건물은 낡고 허름했으며, 공간은 협소했다. 건축사무소는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구조를 쌓아올렸다. 그 결과 35명을 수용할 수 있던 공간은 75명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됐다.
푹신푹신 유치원
브뤼셀의 건축사무소 잠포네(ZAmpone)가 작업한 유치원 플뤼셰의 실내에는 작은 가구와 조그만 수납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모두 건축사무소에서 자체 제작한 것들로, 아이들에게 맞춰 만들어졌다. 건축가들은 ‘플뤼셰(Pluchke)’가 지닌 ‘푹신푹신하다’라는 뜻처럼 아이들이 이곳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뛰어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작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유치원 내에서는 아이들의 작은 체구를 활용하여 재치 있게 만들어진 가구도 종종 발견된다. 특히 미끄럼틀과 작은 수납장을 겸비한 낮은 계단은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타며 놀거나, 수납장 안에 들어가 잠을 자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른들은 들어갈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간에 붙박이장을 설치했으며, 구석을 활용해 아이들이 숨바꼭질하거나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가구나 옷걸이, 계단 난간 등의 세세한 위치는 모두 아이들의 사이즈에 맞게 조정했다.
유치원이 들어선 대지는 그리 넓지 않다. 따라서 건물은 두 개 층으로 세워졌고, 2층을 확장하여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은 유치원 내의 모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동 공간으로 쓰이고,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2층에 배치했다. 생활공간은 총 6개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방마다 계단과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아이들은 언제든 쉽게 1층으로 내려가거나 바깥활동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위아래, 혹은 밖으로 움직이며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관된 구성, 밝은 실내
바깥에서 유치원을 바라보면 하얀 철제 루버로 둘러싸인 파사드를 볼 수 있다. 루버는 실내의 발코니와 계단 난간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자재가 건물 바깥에서 안으로 이어지면서 공간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하얀 철제의 표면에 빛이 닿으면서 그림자가 생기고, 아이들은 빛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잠포네는 이처럼 건축자재 종류를 최대한 적게 사용해 공간을 일관되게 구성했다. 컬러는 최대한 밝은 톤을 이용해 실내를 보다 환하고 쾌적하게 만들었다.
철과 함께 유치원에 사용된 재료 중 눈에 띄는 것은 나무다. 건축사무소는 자연에서 온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어린이집이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지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천장에는 목재 루버를 설치하고 지붕엔 창문을 냈다. 맑은 날이면 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쏟아진다. 자연채광이 나무에 닿자 실내는 더욱 따뜻한 빛으로 물들었다. 밝은 공간에서 아이들의 웃음은 더욱 환하게 빛이 났다.
자료제공 ZAmpone Architectu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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