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피와 흙 속에 붉은 철이 가득한 것은,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창조자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일까. 비대해진 자아가 잊어버린 나도 흙이고 땅이라는 이야기.
‘피’라는 단어가 붉은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밟고 있는 흙이 거대한 몸처럼 느껴진다. 암석과 광물을 혼합해 도예 작업을 해오던 내 몸에도 암석과 광물이 흐르고 있다. 나는 흙과 내가 이어져 있는 일종의 혈연을 느끼고 있다. 나의 애도는 거대하고 멀리 있는 땅과 흙이 아닌, 나와 피를 나누고 내가 결국 돌아갈 붉은 흙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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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과 피>_ 철, 아연, 페이퍼 클레이, 2024 |
나뭇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고 강줄기가 땅을 가르는 형태는 사람 혈관의 모습과 닮아있다. 우리는 눈의 홍채에서 우주를 떠올리기도 하고 폐의 구조에서 산맥을 보기도 한다. 사람은 형태학적으로 성분뿐만 아니라 구조까지 자연의 법칙 속에 있다. 어쩌면 사람은 자아가 생겨버린 돌멩이가 아닐까. 우리의 피가 붉은 흙인 이유도.
철과 아연 흙 티타늄. 몸과 흙 속에 있는 것들을 뭉치고 퍼트린다. 붉은 피가 낭자한 가죽처럼 흙을 다르게 바라본다. 피가 흐르다 굳고 바스러져 다시 흙으로. 누군가의 피였고 내가 돌아갈 곳인 붉은 땅을 애도한다.
글 :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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