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공간의 자연주의 철학...<화담채>

건축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4-09-03 12:42:30
임업진흥원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 심사위원 특별초대 공간
내밀한 사물에 의한 특별한 공간성

 

 

사랑(舍廊)채는 사랑채란 한국 전통 건축에서 대문의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는 독립된 건물로 외부 손님들을 맞이하는 접객 공간이다. 주인이 손님을 초청하여 음식과 술을 대접하면서 담소를 즐기면서 시를 짓거나 서화를 그리는 공간으로, 선비의 품격에 걸맞은 고고하고 격조 높은 모임을 갖는 곳이다. 평소에는 바둑과 장기 등을 두면서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장소지만 나라와 지역에 큰 환란이 생기면 시국을 논하는 엄숙한 장소로 전이되는 건축 공간이기도 하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에 위치한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으로 165,265㎡ (약 5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숲이다. 2013년에 정식 개원한 화담숲에는 16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000여 종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또한 멸종 위기의 동식물을 복원하여 자연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현장 연구시설이다.

화담숲의 사랑채, ’화담채‘


 


그 중심에 자리한 화담(和談)채는 화담숲의 ‘첫 번째 테마원’으로 LG상록재단의 철학을 공간에 담아낸 곳이다. 이곳은 일 년 내내 정겨운 담소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화담숲을 보다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건축이다. 사랑채에서 사람과 자연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숲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소박한 자리이다.


전통적으로 한국건축에서는 바깥사람의 주된 생활공간이었던 사랑은 전면의 별채와 곳간 등과 같이 독립적 공간으로 되어 있으며, 마당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내부 구조는 건물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랑방을 중심으로 대청·누마루·누다락·사랑마당 등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랑에는 마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보통은 구분하지 않지만 공간의 위치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그중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누마루는 풍류를 즐기는 기능을 하며 대청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이다. 대청과 달리 전면 및 좌우 양면 모두 개방되어 내부에 앉아 있으면서도 외부와 교감하는 각별한 공간이다. 예로부터 사랑은 누마루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여 가장 신경을 쓰기도 하였다.


LG상록재단의 화담채는 안과 밖의 경계를 투명한 유리창으로 만들어 누마루에서 완전한 개방감을 누릴 수 있다. 퇴칸에 설치된 툇마루에 앉아 바깥의 정취와 여유를 느끼거나, 사랑방 앞의 대청에 걸터앉아 화담의 영상을 감상하고, 앞뜰의 ‘물의 명상’을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며, 숲을 오르기 전에 고요함을 채워보는 내면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내밀한 사물에 의한 특별한 공간성



대청마루에서 보이는 마당은 다양한 기능과 의미의 중간 영역이자 매개의 역할을 하는 전이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신을 벗고 방에 올라앉을 수 있는데 이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위치에서 숲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배려에서다.


지친 일상에서 화담숲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보다 고요한 안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한 화담채는 바깥주인인 선대 회장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는 곳이다. 천장의 서까래 목재가 각별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목재의 선별과 디자인, 가공, 시공에 이르기까지 화담채 제작팀의 치밀한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콩기름을 바른 전통한지의 온기에 이어 보릿대와 어우러진 천연 흙으로 마감한 벽을 따라 뒤로 들어가면, 간이 부엌 창고와 누다락의 공간이 나온다. 선반을 만들어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인 ‘누다락’은 안방에서 드나들게 되어 있는 전통양식에 따라 조성했다.

 

 


화담채 공간의 사물들을 보고 만지면서 돌, 나무, 흙 등의 자연 소재가 사람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정제된 자연물 인간과 하나 되어 공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건축 구조로서 이 공간에 숨겨진 뜻을 알아챈 후, 곳곳에 배치된 문양과 색이 은유하는 자연의 연배와 이치를 헤아려보게 된다.


이와 같은 화담숲의 자연주의 사상과 화담채의 치밀한 공간 정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제2회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이 특별 공간으로 초대했다.

 


겸재 정선이 72세 때 금강산 일대를 그린 대표적 진경산수화인 해악전신첩의 ‘필묵해악筆墨海嶽’을 작은 금강산 소나무 조각에 새기는 면밀 주도함이 이끄는 <화담채>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장소의 철학을 진지하게 담고 있는 장소의 건축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획: LG상록재단
·총괄 디렉터: 조기상
·건축설계: 플랫폼 아키텍츠
·시공: 자이 C&A
·공간디자인: FENOM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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